올해가 우리학교 70주년 되는 해인가봐요 그래서 시사인에서 기획기사가 연재하는데 재미있네요

보라성 현역들도 학교 역사에 대해 공부해보면 좋을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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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개교 70주년, '한신대 다시 보기 1편'
<시사IN> 이오성 기자, "한신대 다녀? 부럽다!"
newsdaybox_top.gif 2010년 04월 27일 (화) 10:39:45 유두영 newsdaybox_dn.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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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준하, 김재준(가운데), 함석헌 등이 1970년대 초반 한 음식점에 모여서 물잔을 들며 민주주의 연대를 준비하는 장면. ⓒ 자료 제공: 장공 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

 
"한신대 다녀? 부럽다!"

한신대의 명성은 개교 이래 면면히 이어 온, 민중신학을 기반으로 한 진보적 학풍에 의한 것이었다. 서슬 퍼렇던 군사 독재 시절, 모든 대학이 학생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독재의 압박에 몸 사릴 때, 유일하게 지성의 목소리를 낸 곳이 한신대였다.

예컨대 1980년 4월 신군부의 계엄령하에서 민주 인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연 장소로 택한 곳이 바로 한신대(당시 수유리 캠퍼스)였다. 1만여 명의 청중이 구름처럼 몰려든 이날 강연은 이후 고려대, 동국대 등에서 계속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외 정치 투쟁의 신호탄이 됐다. 이후 전 국민적 민주화 열기 속에서 대학이 정치와 사상의 해방구 역할을 하게 됐지만, 당시만 해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권에 의한 휴교령이 무시로 단행되고, 학내에 사복 경찰이 상주하던 시절이었다. "김대중 씨가 한신대에서 강연한 것을 본 것이 한신대에 진학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라고 칼럼니스트 김규항 씨가 말할 정도였다.

이런 한신대의 학풍을 좋게 보는 이만 있을 리 없다. 독재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었고, 민주화 이후에도 한신대에 이런저런 부정적인 덧칠을 하려는 이들이 있었다. 2002년 한신대를 졸업한 김성재 교수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있을 때였다. 당시 문화관광부는 종교인들에게 국민 훈장을 수여했다. 개신교의 자유주의 신학과 민중신학을 이끌어 온 김재준․문익환․안병무․서남동 등 작고한 목사와 신학자 4명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한 보수 언론이 이 훈장 수여를 문제 삼았다. 훈장 수여자 모두가 '한신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조선신학교(한신대 전신) 설립 주체로 나중에 한신대 학장이 된 김재준 목사, 한신대를 나와 한평생을 민주주의 운동에 바친 문익환 목사,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한신대 교수로 일한 안병무 교수, 한신대 교수로 재직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신학 노선으로 한신대에 가까운 서남동 박사 등 실제로 모두 한신대와 직접 인연이 있는 인물인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괜한 분칠에 가까웠다. 훈장 수여자 모두 우리 사회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생을 한국교회의 발전과 사회 참여의 신학 정립, 민주화 등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라고 백과사전에서 증언하고 있는 김재준 목사는 말할 것도 없고, '통일 운동의 상징' 문익환 목사, 각각 '민중신학의 선구자와 대부'로 불리는 안병무 교수와 서남동 목사 모두 종교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굵직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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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익환 목사 (고 강경대 열사 장례식). ⓒ 자료 제공: 통일맞이  
 
역설적으로 위 보수 언론의 기사는 한신대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존재인가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이들뿐만 아니라, 박정희 군사 독재에 맞서며 <사상계>를 펴낸, 저항하는 지식인의 상징인 장준하, 독립 운동가 함태영 등 '국가 지도자'로서 예우할 만한 분이 적지 않다.

한신대 교수로서 최근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은 아마도 지난해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된 김상곤 교수(경영학)일 것이다. 무상 급식, 학생 인권 조례 등 경기도 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과거에도 교수 노조 위원장으로서 사립 학교법 개정 운동을 주도하는 등 사회 운동에 앞장서 왔다.

졸업생으로는 우리 사회에 헌혈과 장기 기증을 뿌리내리게 한 장본인인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본부장(신학과 졸업), 평생 이주 노동자를 위한 활동에 전념하며 이주 노동자들의 대부로 불리는 김해성 목사(신학과 졸업), 'B급 좌파'로 유명한 칼럼니스트 김규항 씨(독어독문과 졸업) 등이 있다. 모두들 우리 사회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점에서 '한신대다운' 이들이다.

문화예술계에도 한신대 출신 인사들이 두드러진다. 동요 '과수원길'과 가곡 '보리밭'의 작사자인 아동 문학가 박화목 씨도 만주 봉천동 북신학교를 나와 한신대 선교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역사신문>, <한국생활사박물관> 등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두로 호평을 받으며 성공한 출판인으로 꼽히는 사계절 출판사 강맑실 대표(신학과 졸업)도 유명한 한신대 운동원 학생이었다.

정치인 중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가 한신대에서 공부했다. 한 전 총리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여성 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 전 총리는 여성민우회, 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대표를 지낸 여성계 민주화 운동의 '거물'이다.

물론 한신대를 빛나게 만든 건 이런 유명인만이 아니다. 과거 우리 사회가 독재의 광기로 번뜩일 때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며, 빛나는 이름 대신 투옥과 수배의 삶을 살아야 했던 수많은 한신대인들이 있었다. (한신대 운동권 후배의 뒷바라지로 평생을 살다 간 이계안 전 의원의 누이인 이계숙 씨처럼) 오늘날 한신대의 자랑스러운 이름 뒤에는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함께 있었다.

1980년 봄, 한신대에서 정치 연설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05년 5월 12일 다시 한신대학교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김 전 대통령은 한신대 개교 65주년을 기념한 강연에서 한신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이렇게 말한다.

"한신대학교는 한국에서 가장 큰 대학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그 어느 대학보다도 위대한 대학이고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공헌한 대학입니다. 그런 가운데 한신대학교 학생들은 스승들과 더불어 자유를 위해서, 통일을 위해서 희생을 바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한신대학교의 위대한 공헌에 대해서 항상 존경과 흠모의 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기꺼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오늘날 이만큼 성숙하게 된 데에는 한신대 출신 스승과 학생의 역할이 지대했다. 이들의 정신과 실천이 살아 있는 한 '한신대 다니는 게 부럽다'는 말이 괜한 찬사만은 아닐 것이다.

글 이오성 / <시사IN> 사회부 기자

(이 기사는 '한신대학교 개교 70주년 특집'으로 진행된 한신소식지에 실린 '외부에서 본 한신대학교'라는 기고문으로서, 한신대학교 기획처에서 자료 제공을 받아 올립니다. 앞으로도 '한신대학교 다시 보기' 주제로 관련 기사를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자료 제공: 한신대학교 기획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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